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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이야기꾼 전기수, 종로의 예술가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서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물건을 사고 팔고, 국밥과 탁주로 목을 축이는 소리가 울렸다. 이곳은 18세기 종로의 시장이자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장소였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살인 현장이 벌어진다. 이 장면은 마치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실감나게 보였다. 그 이유는 전문적인 이야기꾼인 전기수(傳奇叟)가 소설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낭독하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전기수를 임경업전의 김자겸으로 오해하고 살해한 것이었다. 어쩌면 이 전기수가 현대에 활약했다면, 어떤 분야에서든 사람들을 웃고 울릴 예술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 무대나 영화를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나에게는 이름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 이유는 조중환의 번안소설인 장한몽 때문이었다. 그 책에서 나의 이름인 이수일과 심순애가 불린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나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유치원 때부터 나는 장한몽의 대사를 외웠다. "순애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보석 반지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 이 대사는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나는 이를 통해 무대를 만나게 되었고,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10살 즈음에는 아빠에게 끌려 서울 시내로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은 정동인지 장충동인지 기억이 희미하지만 매우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 날 우리는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를 관람하러 한 극장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내 이름의 유래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는 것 마냥 아빠는 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악극은 나로 하여금 예술의 불씨를 키우게 만들었다. 작은 규모의 악단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 경험은 나를 현재의 내가 되도록 이끌었다. 전기수처럼 나에게도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종로의 예술가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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