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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 한국의 스페이스X로 나아가다

심수연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이하 페리지) 부사장(38)은 넉 달 전만 해도 주미대사관의 대북 담당 1등 서기관이었다. 외교부에서 북핵협상과와 미국 국무부 파견, 군축비확산 담당 등 소위 ‘에이스’만 갈 수 있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게다가 그는 2009년 외무고시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가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고 하자, 외교부에선 작은 소동이 일었다. 만류하는 선배도 많았다. 하지만 “미래에 인생을 걸고 싶다”는 그의 결심을 꺾지는 못했다.

페리지는 ‘한국의 스페이스X’로 불리는 소형 우주발사체 스타트업이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을 민간 주도로 바꿨다. 페리지가 타깃으로 삼는 시장은 소형 인공위성 분야다. 독자 개발한 우주발사체를 통해 50㎏ 안팎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택배처럼 날라주는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청사진이다.

심 부사장은 처음에 페리지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통해 우주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CFO와는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공직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던 터라 ‘우주’라는 단어가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외교관으로서 자부심이 컸지만, 미래가 뻔히 그려지는 공직 사회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30대가 지나기 전에 그림을 새롭게 그리고 싶었던 거죠.”

마침 심 부사장이 외교부에서 맡았던 업무가 ‘미사일’이었다. 북한이 세계를 향한 협박용으로 개발한 각종 미사일과 발사체에 대응하려면 이에 대한 공부가 필수였다.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각종 자료를 섭외하는 것은 그에게 일상이었다. 심 부사장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페리지에 합류하면서 우주산업의 기초지식을 더욱 향상시켰다.

심 부사장은 “우주산업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은 혁신적인 분야이다. 한국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우주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리지를 이끌면서 한국의 우주산업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페리지는 현재 개발 단계에 있지만, 조만간 첫 번째 인공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심 부사장의 이직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하지만 그의 결심에 이해와 응원의 목소리가 많아져 가고 있다. 이제 한국의 스페이스X로서 페리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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