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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官)에서 치(治)를 제대로 못하는 와중에 주인 없는 회장의 회사가 돼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에게 금융감독원장이 이미 절차가 끝난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정을 놓고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뒤끝 코멘트를 날린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금융지주를 바라보는 정권 주변부와 금융당국의 불편한 심기가 축약돼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성을 위한 정부의 관심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이 연초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런 발언을 할 때만 해도 금융권은 바짝 긴장했다. 임기를 남긴 금융지주 회장들도 진의파악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여러 곳의 금융회사 인사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는 파장이 크지 않았다.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서일까. 아니면 관이 방심해서일까.

과거 정권교체 이후 금융권 곳곳에서 벌어진 인사 후폭풍도 별로 없다. MB정부 시절 4대 천황의 시대가 가고 박근혜·문재인정부 시절 서금회와 부금회가 뜬다느니 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부출신 회장들의 견고한 아성이 오히려 외풍을 막는 모양새다.

사실 칭찬받아 마땅하고 민에서 볼 때도 바람직한 일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치가 본성인 관 쪽에서는 부글부글 끓는 불편한 심기를 어쩔 수 없다. 혹자는 분노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다 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손을 댈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금융지주들이 가장 숨죽이는 포인트다. 현 정권 임기 내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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