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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벼가 무르익은 충남 당진의 들판을 자율주행 콤바인은 혼자 잘도 달렸다. 콤바인은 농기계 회사 대동 직원은 핸들에서 두손을 다 떼고 휴대폰을 봤다. 콤바인은 두 마지기 논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벼를 다 베고 멈춰서더니 삐삐삐삐 소리를 내며 직각으로 방향을 틀고 벼를 마저 벤다. 대동 직원은 핸들을 만지지도 않았다.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농사 짓기 쉽네 생각이 절로 들었다. 콤바인은 농기계 중에도 조작이 어려운 편이다. 운전이 다가 아니라 앞쪽에 벼를 베는 예치부를 끊임없이 조작해줘야 한다. 너무 낮게 내리면 예치부가 땅에 닿고, 높게 올리면 낱알을 미쳐 다 베지 못한다. 운전석에서 예치부를 내려다보고 올리고 내렸다가, 콤바인을 전진시키고 논 끝에 다다르면 방향을 돌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이는 고되고 스트레스 받는 작업이다. 그런데 자율주행 콤바인은 레버를 앞으로 밀면 운전과 추수를 혼자서 해낸다.

지난 25일 당진 대호지면 사성1리에서 대동의 자율작업 농기계 시연 행사가 열렸다. 1978년 섬들 사이 바다를 메워 논으로 바꾼 곳이다. 마을 50여 가구 중 거의 모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이곳 청년 박상욱씨(33)는 대동 자율작업 콤바인 1호 고객이다. 사성1리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자율작업 농기계 도입이 "앞으로 농촌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대호지면은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을 넘어 지역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귀농인은 한 명밖에 없다. 박씨 옆에 섰던 같은 마을 청년은 "작업이 편해지면 달라지지 않겠어요"라며 "맨날 직접 삽질하라고 하면 누가 오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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