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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본 이후로, 나는 마치 눈이 먼 것 같아. 내가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오직 그 사람만 보이네. 깨어 있는 꿈처럼, 그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저 깊은 어둠 속에서, 밝은 빛으로 떠오르네.

19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의 첫 구절이다. 이 연가곡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였다. 아버지의 허락 없이도 클라라와 결혼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난 뒤 이틀 만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슈만은 결혼을 반대하는 클라라 아버지를 상대로 3년여의 긴 법정 소송을 했다.

이 연가곡은 남편을 숭배하며, 오직 그를 위해 살겠다는 지고지순한 여인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이는 남성 시인인 슈만과의 의미상의 모순으로 인해 아이러니한 요소 역시 갖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몹시 가부장적인 남편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이 작품이 탁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자신과는 다른 모습의 남자가 자신을 사랑할 리 없다고 생각하며, 오직 기도로 그의 행복을 바라는 여인의 감정을 조용히 노래한다. 그런데, 그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믿을 수 없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행복한 죽음을 음미하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입체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내용을 1번부터 3번까지의 시가 담겨있다.

이어지는 4번 곡 그대 내 손에 끼인 반지여는 프러포즈 링을 품고 평생 그를 위해 살며, 그의 영광 안에서 빛나는 자신을 찾겠다고 경건하게 다짐하는 노래이다. 이전의 세 곡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성숙함과 차분함이 느껴진다. 결혼식 장면을 그린 5번 곡에서는 분주한 결혼식장의 모습과 화자의 심리가 빠른 템포와 함께 잘 전달된다.

로베르트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여성의 마음과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리움과 사랑, 희망과 충만함을 담고 있다. 남녀의 사랑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잘 그려낸 이 작품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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