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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와의 만남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도 같다. 심장은 쿵 내려앉고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종소리처럼 첫 키스 때에도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귓속에 울려퍼진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수록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 상대방의 반대 의견을 마주할 때마다 호감도는 극에 달한다. 내 의견에 동조하는 것보다 반대 의견에 대해 반박할 때 호감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 모든 것에 대해 궁금증이 나를 미치게 할 지경이다. 상대방의 가족 관계는 어떠한지,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가장 친한 친구가 뭐라고 불렀는지, 통화 목록의 즐겨찾기는 누구로 설정되어 있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스타트업들이 열고 있는 새로운 시장은 불확실성에 가득하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그것은 나의 기여와 전혀 무관한 일이다. 이런 거리감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펀드 출자자들에게 약속한 투자 수익률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VC로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훌륭한 창업자를 만나는 순간은 마치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도 비슷하다. 매일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비전을 듣는 나날이 계속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쉽게 찾아오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마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작년 한 해에만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65개였다(재상장, SPAC 상장 제외). 이들 기업의 창업 후 IPO 소요 기간은 평균 15.2년이었다. VC의 일반적인 수익 모델은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매도하여 차익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차익실현이 가능한 시점인 상장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평균 15년이나 걸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7~8년간의 존속기간을 가지는 VC펀드는 최소한 2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그 동안 스타트업들은 고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을 채용하고, 그 인력의 인건비 등이 많은 돈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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