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정말로 필요한 결정이었을까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위한 경영권 승계의 결과였을까요, 아니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기습에 맞선 승부수였을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그 합병은 물산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까요?

지난 17일, 1심 마지막 공판이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검찰이 삼성물산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로 명명한 이 사건은 공판에 거의 3년이 걸린 사건입니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는 과거 삼성 수사를 이끈 한동훈 검사가 법무장관으로 엘리엇과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을 다투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엘리엇에게 세금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하며, 이제야 "물산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위치와 역할에 따라 생각과 주장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이 사건의 전복적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미 국정농단 재판으로 두 차례나 옥고를 치뤘습니다. 여론에 따라 양대 정부에 걸쳐 가석방과 사면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기업활동에 전념해 국민경제에 기여해 달라"는 여론에 스스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이번 합병 결정을 내린 것도 그들의 믿음에 따른 것이 아닐까요?

기억은 위태로운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의 주변부는 흐릿해집니다. 또한, 타인의 주장이 나오면 더욱 의심과 망각의 어둠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타인의 불신이 운명론적 체념과 맞닿게 된다면 진실은 라쇼몽의 안갯속으로 흩어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었을까요? 그리고 그 합병은 과연 필요한 결정이었을까요? 이제는 오래된 사건의 수순과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필자조차도 복잡하게 뒤섞인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합병 과정의 숨가쁜 호흡과 거센 찬반 논란을 떠올릴 뿐입니다. 그러니까 더욱이 이 사건에서 위치와 역할에 따라 생각과 주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업과 CEO를 둘러싼 사안은 언제나 복잡하고 다양한 의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사건 또한 그런 점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더욱 확실한 정보와 평가를 통해 진실을 파악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라면, 그 결정의 의도와 효과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