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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파우더: 벤처투자 시장의 고민

1830년대 유럽에서는 탄알과 화약이 일체화된 총알이 발명되기 전까지 전쟁터 병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화약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는 일이었습니다. 습기나 비에 젖은 화약으로는 탄알을 제대로 발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라는 단어는 바로 쏠 수 있는 실탄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가 만든 펀드 중 아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당장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됩니다.

투자업계에서는 경쟁사보다 더 많은 투자금을 비축해두거나, 포트폴리오 회사의 자금력을 보충해주기 위해 일정 비율의 자금을 유지하는 등 매력적인 투자 이벤트에 대비하기 위해 드라이 파우더를 확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투자 선순환을 부르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대내외 변수로 인해 투자 대상을 정하지 못하고 현금이 쌓이는 경우도 생기기도 합니다. 특히 현재와 같은 벤처투자 혹한기에는 늘어나는 투자 대기 자금이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벤처투자 시장에는 얼마나 많은 드라이 파우더가 쌓여 있는 걸까요?

정부 정책 펀드인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민간 벤처펀드의 투자 집행률을 살펴보면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중소기업 모태펀드로 조성한 11조 2295억원 규모의 민간 벤처펀드 중 4조 5621억원(41.4%)이 미집행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 금액은 2020년 한 해 집행된 전체 벤처투자액(4조 3045억원)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즉, 정부 예산을 종잣돈으로 하는 벤처투자금마저 필요한 곳에 돌지 않고 고여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벤처투자 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투자금의 타이밍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로 이어집니다.

벤처투자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로 혁신과 경제 성장을 돕는 자금 공급원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충분히 지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유동적인 투자 환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드라이 파우더라는 자금이 많이 축적되어 있으며, 이는 투자금의 유동성을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벤처투자 시장에 유동적인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혁신과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촉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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