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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그럴듯한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민생을 챙기는 정치,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정치" 등의 슬로건은 단순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슬로건은 학력이나 이념, 빈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승낙할 수 있어야 하며, 이성적인 사고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감성적으로 다가올 수 있어야 한다고 선거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치의 민생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 국민의 삶과 생계를 챙기겠다는 의미에서 더 이상 민생이라는 말이 필요한가 의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단어는 정치의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검찰 출두 시에도 "이재명을 죽여도 민생을 살리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어제도 이재명 대표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3조원 규모의 금리 인하 프로그램, 지역화폐 예산 증액, 청년 교통비 부담 경감 등을 제안했다. 이는 아마도 내년 총선을 대비한 정치적 선택일 것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나부터 민생 현장을 파고들겠다"고 말하며 관련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장관과 참모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민생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은행 종노릇" 발언을 했고, "카카오 약탈"이라는 비판과 "은행 갑질" 논란도 일으켰다.

정치의 민생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오래된 가을 나뭇잎처럼 너덜너덜하고 상처받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선거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국민의 귀를 사로잡을만한 뚜렷하고 효과적인 슬로건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지각한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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