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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장단 업무용 차량, SM5에서 현대자동차 에쿠스로 교체

삼성그룹이 2001년 3월, 사장단 업무용 차량을 SM5에서 현대자동차 에쿠스로 교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의 시선으로 보자면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재계 내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는 화해 신호탄으로 해석되었습니다. 1995년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이후로 현대와 삼성의 관계는 매우 냉랭했었습니다. 또한 현대는 삼성의 텃밭인 반도체 영역으로 침투한 시기였습니다. 1990년대는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동시에 가속화되는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기술과 자본이 빈약했던 기업들은 자동차, 전자, 조선, 석유화학,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기아-대우-삼성-쌍용이 격돌했고, 조선 분야에서는 현대-대우-삼성, 백화점 분야에서는 롯데-신세계-현대가 서로 겨루었습니다.

그러나 에쿠스 발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의 창업주인 정주영씨가 별세하였습니다. 이건희와 이재용 부자가 그의 빈소를 방문하고, 정몽구와 정의선 부자가 삼성 승지원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는 현대와 삼성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기업인들의 창업 1기가 종결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창업주들의 분투는 참으로 고단하고 눈물겨운 여정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NEC로부터, 현대차는 미쓰비시로부터 온갖 견제와 핍박을 받으며 기술을 배우고 노하우를 습득해왔습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 박정희 대통령은 이병철과 정주영 회장을 만날 때마다 "일본 수준이 100이라면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셨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재벌을 싫어했습니다. 그들의 부와 성공은 부러워하지만, 경영권이 2세, 3세로 내려가는 것은 마땅치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의 시간은 반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부 기업은 외환위기 등의 이유로 좌충우돌하였지만, 더 많은 기업은 자신들의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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