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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과 전통, 그리고 현대 사회의 갈등

추석 연휴가 6일간의 긴 연휴를 마치고 끝났다. 이제는 추석과 설이 3일 연휴로 지정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추석과 설이 3일 연휴로 지정된 것은 1989년 1월에 이루어진 일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우리 문화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설과 추석을 3일 연휴로 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어 설과 추석이 3일 연휴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1986년 추석이 2일 연휴로 바뀌고서 3년 만에 이루어진 변화였다.

추석과 설이 3일 연휴로 지정되면서 귀성과 차례, 그리고 성묘는 국민들에게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추석과 설 연휴에는 폭발적으로 보급된 승용차 증가와 함께 전통의 복귀가 일어났다. 홍동백서나 조율이시와 같은 차례의 제수차림이 신문에 그림과 함께 소개되었고, 민속놀이나 한복 등 우리가 추석에 연상되는 모습들이 등장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던 전통적인 요소들이 다시 인정받고 활기를 띠는 모습은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근대와 전통의 대결에서 밀려나기만 했던 전통이 통렬한 역습을 성공시킨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전통은 크게 변화한 현대 사회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대가족과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명절의 전통과 여성의 사회적 진출, 평등 의식의 증가로 인해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명절과 관련된 남녀 간의 차별과 가족 내의 갈등은 개인과 가족의 문제에서 점점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었다. 명절은 가족이 모여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갈등이 대립하고 폭발하는 날로 변해버렸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핵가족화된 현대 사회에서 대가족 질서에 기반한 명절의 가치와 질서는 함께 공존하기 어려운 것을 무시한 결과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명절을 둘러싼 갈등과 변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명절을 맞아 사회적인 분위기와 기대는 높아지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가족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나 가족 중심의 행사에서의 불편함, 가사 부담 등을 느끼며 명절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명절은 우리 문화와 전통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현대 사회의 변화와 함께 갈등의 소지도 있다. 명절을 즐기며 가족과의 소통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스트레스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상호 이해와 배려,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 명절은 전통과 현대 사회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과 변화가 필요한 시대적인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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