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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강 악단과의 협연은 연주자의 꿈이다.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는 이들 명문 악단 중 꼽히며, 그들과의 협연은 꿈이다. 야사 하이페츠와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글렌 굴드와 예브게니 키신 등 많은 음악가들이 이들 악단을 거쳐왔다. 이들 악단과의 협연은 흥행의 열쇠로 꼽힌다.

클래식 서울대첩은 지난 주에 벌어졌다. 그리고 베를린 필은 이 공연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9)과 협연했다. 조성진은 초인적인 힘과 기교보다는 표현의 깊이와 탄탄한 기본기가 곡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선택했다. 이 곡은 다른 협주곡과 달리 솔리스트가 오케스트라보다 먼저 등장하는데, 조성진의 서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음색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의 연주는 테크닉의 섬세함과 통통 튀는 리듬에서부터 풍성한 루바토 처리, 대담한 부분에서는 거침없이 뻗어나가면서도 노래 부분에서는 한없이 유려하게 속삭이는 광활한 표현까지 모두 살려냈다. 그의 연주는 분명 "살아있는 음악"이었다.

조성진이 내년부터 베를린 필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직후에 벌어진 첫 공연이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조성진의 음악은 모든 음을 정제된 표현과 정갈한 터치로 살려내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의 연주와 페트렌코의 치밀한 지휘는 마치 영혼의 단짝처럼 어우러졌다. 연주를 마친 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서로를 끌어안으면서 박수를 받았다. 조성진의 연주는 관객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는 창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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