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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돌을 들었다는 것은 백돌보다 먼저 바둑을 둘 수 있다는 뜻이다. 바둑에서 흑돌과 백돌은 한 수씩 번갈아가며 두는데, 따라서 비어있는 바둑판에 먼저 바둑돌을 내려놓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흑돌을 쥐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흑돌은 자신의 의도대로 바둑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대국에서 흑돌을 양보받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그는 흑돌을 그냥 쥔 것이 아니라 양보받아서 그 흑돌을 쥘 수 있게 되었다. 즉,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손에는 금수저를, 발에는 꽃신을 신고 세상을 제 발 아래 두고 살아왔다. 그래서 그를 만난 사람들은 항상 그를 따르고 잘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의 삶은 마치 바둑돌처럼 피아가 확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쥔 흑돌을 양보해주지 않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자신의 완벽한 삶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제 딸에게도 언제나 쉽고 유리한 길만을 보장해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어느 날 그의 생각이 흔들린다. 그가 단순히 바둑을 즐기는 취미를 넘어서 바둑을 사랑하는 남자는 안개처럼 흐린 여자와 마주친 순간이다. 그 여자는 뛰어난 실력으로 그의 관심을 끌게 되고, 그에게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도 답을 내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여자와 함께 바둑을 시작한 대국에서 그는 자신이 백을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한테 바둑을 가르쳐준 변호사님이 계신데, 난 흑돌을 양보받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항상 남들보다 쉽고 유리한 길을 걸어왔는데 이번 대국은 너무나도 어려운 전투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즈음 이 남자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먼저 주어진 유리한 환경을 받아들이고 쉽게 살아갈 때 얼마나 감사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우리의 삶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태도로 대처해야 할까? 힘이 드는 시련을 겪을 때는 어떻게 힘을 내야 할까? 이 남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흑돌을 양보받아 살아온 그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도 이와 같은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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