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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에 휩싸인 겨울밤, 외딴 주택에서는 어린 소녀가 속옷 차림에 셔츠 한 벌만 걸치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눈으로 뒤덮인 정원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이때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c#단조가 시작되는 세 음이 울린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24편의 전주곡 중 가장 유명하고 자주 연주되는 피아노 독주곡이다.

곡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면이 전환되어 미국 뉴욕 한 건물 안의 방이 비춰진다. 20대 초반의 젊은 피아니스트 제니퍼가 어두운 분위기의 방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 있다. 그녀는 가슴 아픈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곡에 몰두한다. 연주를 마치자 제니퍼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감동 받은 표정으로 말한다.

"제니퍼, 1998년 피셔 홀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들은 이후로 이렇게 닭살이 돋은 건 처음이야. 넌 충분히 준비되었어. 정말로 충분히 준비되었어."

오는 13일 개봉하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뮤직 샤펠의 도입부다.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c#단조 연주가 인상적인 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와 연결된다. 영화 종영 10분 전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클래식 음악 경연대회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최종 결선이 진행된다. 벨기에 브뤼셀의 보자르 아트센터에서 제니퍼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를 연주한다. 약 7분간 이어지는 결선 장면에서 제니퍼는 과거의 괴로움이 떠올랐는지 피아노를 연주하며 애틋한 표정을 지어낸다. 연주 장면과 도입부에서 나타난 제니퍼의 모습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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