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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대로 가면 다 죽습니다.”

국내 화장지 원단(원지)제조 업계가 위기에 몰렸다고 김동구 대왕페이퍼 대표는 전북 군산 본사에서 말했습니다. 대왕페이퍼는 지난해까지 명절을 제외하고 매일 24시간 공장을 가동했지만, 올해는 한 달에 열흘은 쉬고 있습니다. 신창제지와 대원제지 등 다른 중소 화장지 원단 제조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국내 화장지 가공업체들은 저렴한 동남아시아산과 중국산 화장지 원지가 국내에 들어와 국산 원단 수요가 감소한 것이 원인입니다. 국내 화장지 업계는 원단 제조사와 가공 업체로 나뉘어지며, 원단 제조사는 펄프를 수입해 화장지 원지를 제조하는 11개의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가공 업체는 어떤 원지든 받아와 규격에 맞게 자르고 지관을 넣어 완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담당하며, 이러한 가공 업체는 200여개나 되는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산과 중국산 원지가 국내로 들어와 가공 과정만 거치면서 ‘국산’으로 속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공된 화장지는 대형 유통사인 쿠팡이나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쿠팡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장지인 ‘쿠팡베이직 네추럴 천연펄프 롤화장지’는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제지 기업인 APP의 공장에서 생산된 원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APP는 한국에 소재한 GUTK를 통해 원지를 수입하고, 국내 가공업체인 모나리자SM에 가공작업을 의뢰하여 쿠팡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화장지 원지를 국산 또는 외산으로 만든 제품들이 모두 ‘대한민국산’으로 팔리는 배경에는 원산지 표기법의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화장지 원산지 표기는 가공제조원만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악용한 APP와 같은 기업들이 국내에서 화장지 원지를 가공한 후 국산으로 속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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