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주말, 그 오래된 기억들의 남은 시간

어느 산간지역 한 곳에서 주말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군부대가 몰려 있는 그곳에서였습니다. 그곳은 아렌델이나 아토할란과 같은 환상적인 세계도 아니었지만, 주말에는 생활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호수가 수개월 동안 얼어붙거나 여름 가뭄으로 인해 며칠 동안 목욕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그저 작은 일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주변에는 도감에 등장하지 않는 풀벌레가 날고 다니기도 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름의 특별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달력에 표시된 주말을 모두 더하면 이백일이 넘는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긴 시간동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을 아끼더라도 미래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생각을 지속했습니다. 철저히 어리석은 생각이었죠.

그렇게 생각했던 건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시절을 살아가면서 주말에는 더욱 여유롭게 책을 읽기도 했고, 군부대 안 종교시설에 비치된 피아노를 연습하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필요한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죠. 이런 쉼표와 같은 주말이 없었다면 어떻게 여름과 겨울을 견뎌내야 했을지 생각하면 답답한 기분이 듭니다.

또한, 나는 계단이라는 구조물을 통해 주말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도심 어디든 놓인 계단은 층계참이라 불리우며 도시를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층계참은 걷는 사람들에게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시각적인 리듬을 부여해 도시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국내 건축법에 따라 계단의 폭과 길이에 따라 층계참 설치가 까다롭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주말은 성급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해주는 층계참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쉼표가 없었다면, 긴 여름과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뎌내어야 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주말은 오래 전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곳에서의 소중한 기억들은 영원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때의 어리고 어설픈 마음을 돌아보며 한참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