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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하는 갤러리 큐레이터들이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전시 제목 짓기입니다. 예술가의 심오한 작품세계를 단 한 줄로 요약하면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을만큼 독특하고 감각적인 제목을 지어야 합니다. 어떤 작품이든 제목을 잘못 지으면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로팍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예술가 코리 아크앤젤의 전시는 이러한 고민에서 벗어난 특이한 예시입니다. ✎╓✈라는 그림으로만 제목을 지었습니다. 이 모습은 언뜻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암호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제목을 왜 지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힌트를 주는 작품 중 하나인 알루스 시리즈가 전시장 한 벽면에 걸려 있습니다. 이 작품은 딱딱한 알루미늄 판 위에 레이저 로봇 절단기를 사용하여 세 줄의 선 모양을 뚫어낸 것입니다.

작품을 보고 아디다스 삼선을 떠올릴 수 있다면 맞습니다. 아크앤젤은 지난달 전시장에서 "실제로 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대표 패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상과 패턴을 작품으로 만듭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가 어떻게 세계 곳곳으로 유통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탐구를 담아냅니다. 아크앤젤은 "오늘날 유명인과 패스트 패션, 글로벌 브랜드는 하나의 공급망 속에 모두 연결돼 있고, 그 이미지는 인터넷과 현실세계 속에서 부유한다"고 말합니다.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유통망의 등장으로 인해 세계 어디서든 유명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유하는 세상을 아크앤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아크앤젤의 작품은 이미지를 잘 활용하여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제목 없이 그림만으로 작품 세계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전시 제목 짓기의 틀을 벗어나고 독특한 시도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관람객들은 이 작품들을 통해 아크앤젤의 의도를 직접 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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